앞에서 정의한데로 진화가 "유전자 빈도의 변화"라면 어쨌거나 그 변화의 시작은 "돌연변이" 즉 없던 유전자가 새로 생겨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새로운 유전자가 생겨나면 같은 종이면서 서로 다른 형질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것을 다형성(polymorphism)이라고 한다. 그래서 같은 인간이면서도 혈액형이나 머리카락 색깔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다형성은 매우 드물게 관찰된다. 개는 전부 개같이 생겼고, 사람은 전부 사람같이 생겼다. 아주 작은 차이를 제외하면 한 종의 생물은 다 비슷하다.

유전자의 복사과정은 매우 정확해서 돌연변이는 아주 낮은 확률로 발생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생물에게 해롭다. 겉으로 봐도 다 비슷하고, 돌연변이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면 새로운 형질을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진화가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고 보았다.

그러나 모든 유전적 차이가 꼭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은 아니다. 까만 잉크를 종이에 묻히고, 종이의 한쪽 끝을 물에 담그면 물이 점점 퍼지면서 잉크가 번진다. 잉크마다 번지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까만 잉크였던 것이 빨갛고 노란 잉크로 분리된다. 단백질에 전기를 흘려주면 같은 원리로 단백질들이 종류별로 분리가 되는 데 이것이 드라마 'CSI'에서 DNA를 식별할 때 사용하는 전기영동법(electrophoresis)이다.

1966년 리처드 르원틴과 존 허비는 초파리(drosophila)의 유전자를 전기영동법으로 분류해봤다. 그러자, 초파리 유전자의 30%가 다형성을 띈다는 게 드러났다. 같은 해 해리 해리스가 인간 유전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비율의 다형성이 발견됐다. 다형성은 생각보다 매우 흔했던 것이다.

DNA가 지문보다 더 정확하게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것도 다형성 때문이다. 사람들의 유전자가 다 똑같다면 DNA로 식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돌연변이가 일정한 비율로 일어나기 때문에 두 종의 유전적 차이를 비교해보면 이들이 언제 분화했는 지도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돌연변이로 새로운 유전자, 새로운 형질이 나타났다면 그 다음엔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Posted by eupho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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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ritiker 2005.12.12 1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로운 형질이 나타난 다음엔 어떻게 될까요'')? 두근두근...
    쓸데없는 말이지만 다음 인간은 무좀 안 걸리도록 진화했으면 좋겠어요'-';

  2. Dotty 2005.12.12 19: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발도장 쿡~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

  3. 2005.12.13 2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kritiker // 무좀.. ㅎㅎ
    Dotty // 도장 10개 모으면 보너스 상품도?! @_@

  4. yser 2005.12.21 2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있는 중인데.. 이 글도 마찬가지로 어렵군요. ^^;

  5. Svinna 2006.01.02 2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한가지 질문...
    돌연변이는 왜, 어떻게 발생하나요??

  6. 2006.01.03 14: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vinna // 유전자는 부모에서 자식으로 99.9999% 정확하게 복제됩니다. 나머지 잘못 복제된 0.0001%가 돌연변이지요.

  7. Svinna 2006.01.05 1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그 0.0001%가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이 있게된 이유중 하나인 것이로군요... 답변감사합니다...